이상욱 | 우츄프라카치아' 라는 식물.. | 오늘 처음으로 들어본 식물인데요..^^; | 한번 사람의 손이 간 사람의 손에서만 자란다는.. | 다른 사람의 손이 가면 죽는다는..그 식물 말이예요..^^ | 식물이 어떻게 사람을 알아볼까요..? | 내부기작의 변화가 있는 걸까요..?^^; | 그냥 게시판과는 관련이 없지만..^^; 그냥 궁금해서요^^;; <답변> - 이덕호, 2002.1.23 요즘 정말 많은 분들이 '우츄프라 카치아'에 대한 질문을 하십니다. 정말 그런 식물이 있느냐는 질문은 물론, 사진 한 번 보고 싶다, 꼭 키워보고 싶다, 등등의 말씀을 많이 하십니다. 질 문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허브를 사랑하나요>라는 책에서 이 식물의 이름을 처음 접했다고 하셨습니다. 또는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통해 알게 되었다는 분들도 꽤 많았구요. <허브를 사랑하나요>라는 책은 최근 <국화꽃 향기>, <일곱송이 수선화> 등의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계신 김하인님의 소설입니다. 아마도 최근 한 달 사이에 이 '우츄프라 카치아'에 대한 글이 인터넷상에서 폭발적으로 전파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은 그러한 게시글 가운데 아주 전형적인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 우츄프라 카치아, 결벽증이 강한 식물입니다. 누군가 조금이라도 몸체를 건드리면 그날로부터 시름 시름 앓아 결국엔 죽고 만다는 식물. 이 식물을 연구한 학자가 있었는데, 이 식물에 대해 몇십 년을 연구하고 또 그만큼 많이 시들어 죽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결국 학자는 이 식물이 어제 건드렸던 그 사람이 내일도 모레도 계속해서 건드려주면 죽지 않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답니다. 그 식물은 한없이 고독한 식물이었던 것입니다. 고독한 영혼을 지닌 식물. 누군가 건드리면 금방 죽어버리고, 그 사람이 계속해서 애정을 주어야만 살 수 있는 식물. 당신은 누구의 우츄프라 카치아입니까? 아니면, 누가 당신의 우츄프라 카치아입니까? ---------------------------------- 위 글을 읽고 느끼셨겠지만 '우츄프라 카치아'에 관련된 글은 거의 모두가 우리의 정서를 울리는 글이지 식물학적 일반사항이 주가 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호기심 많은 인류 아니던가요. 정말 그런 식물이 있을까, 하는 의문을 품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허브를 사랑하나요>에 근거하여 '우츄프라 카치아'에 대한 사항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우선 서식처는 아프리카의 세렝게티 국립공원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특징적인 사항으로, 사람이나 동물이 한 번이라도 건드리면 길어야 3개월을 못 살고 죽어버린다고 나옵니다. 소량의 물과 햇빛만으로 살아가며, 그늘에서 자라는 음지식물로 되어 있습니다. 한 식물학자가 그에 관해 연구를 하여 논문을 발표하지만 학계의 조롱만 받게 되었으며, 결국 그 학자는 아프리카에서 그 식물을 기르며 조용히 여생을 보냈다고 합니다. '우츄프라 카치아'는 이 식물의 학명입니다. 이러한 내용을 접한 뒤 저 역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이곳 저곳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예상대로 어떠한 종류의 도감에서도 이 식물을 찾을 수는 없었습니다. 또한 외국의 어떠한 사이트에서도 이 식물의 이름을 볼 수 없었습니다. 세렝게티 국립공원이 탄자니아에 있다는 점을 착안하여 탄자니아 소재 대학의 홈페이지에도 접속을 시도해 보는 등, 속된 말로 별 짓을 다 해 봤지만, 결국 어떠한 단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게다가 '우츄프라 카치아'의 영어 표기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어려운 점이 많았습니다. Ucupra cacia, Uchiufra caacheea, Ootziufra katchia... 모모, 나나, 등과 같이 영어 표기를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것과는 거리가 상당히 먼, '우츄프라 카치아'라는 학명은 자료 검색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는 점을 고백합니다. 여튼 아무것도 건지지 못한 채 허탈한 마음으로, 저는 결국 <허브를 사랑하나요>의 작가이신 김하인 선생님께 직접 메일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 김하인 작가님께서 답장을 보내 오셨습니다. 다음은 제가 받은 답변 메일의 전문입니다. ---------------------------------- 안녕하세요, 덕호님! 김하인입니다. 지난 2주간 강원도에 있었습니다. 답신을 이제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님 께서 물어보신 질문을 저 또한 받습니다. 우츄프라 카치아란 식물은 제가 10여 년 전 강원대 도서관을 3 년간 다니며 책을 보고 글을 쓸 때 5층 서고 구석에 꽂힌 리더스 다이제스트 형태의 조그만한 책에서 발췌했습니다. 그 책에는 여러 신기한 얘기들이 많이 들어 있었습니다. 사람의 손을 타면 바로 죽어버리는 새와 식물, 입 속에다가 새끼를 기르는 동물 같은 류의 얘기들 말입니다. 제 노트에 그런 기록들이 남아있어 찾아봤지만 그 소책자 제목은 발견할 수 없어 유감입니다. 산림농학과로 유명한 강원대 도서관에 가면 그 책이 아직 그곳에 있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만 기회가 닿아 가게 된다면 저도 꼭 한번 찾아보고 싶습니다. 이런 과정으로 결론적으로 말해 저는 우츄프라 카치아란 식물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저도 덕호님처럼 식물을 아주 좋아합니다. 다음 쓸 책도 제목을 <은사시나무>쯤으로 할까 하는데, 님이 아시는 나무와 식물의 사생활에 대해 얘기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꿈꿔 봅니다.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십시오. 김하인 드림. (2002.1.16) ---------------------------------- 이 상과 같은 답변을 받고, 비로소 전 미뤄놓았던 답신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작가님께서 참조하셨다는 그 소책자를 찾아보기 위해 다시 이곳 저곳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혹시 강원대에 다니는 분 계시다면, 도서관에서 확인을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저 또한 계속 알아보고 새롭게 접하는 내용이 생기면 홈페이지를 통해 계속 알려드릴 생각입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친절히 답해주신 김하인 선생님께 이 자리를 빌어 고맙다는 인사 전합니다. '우츄프라 카치아'가 정말 세렝게티 국립공원 어딘가에 자라고 있느냐, 아니면 그저 상상력의 산물일 뿐이냐의 여부가 지금까지의 이러한 이야기들의 핵심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우츄프라 카치아'는 이제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정말로 생명력을 얻게 되었으니까요. 그래서 이 글은 이쯤에서 마칠까 합니다. 그런 식물이 정말 있겠다, 혹은 없겠다 하는 내용은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고 말이지요.